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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중개 플랫폼이 우리나라에서 크게 성장하며 일상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습니다. 즉, 이제는 플랫폼은 우리의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어 없으면 불편을 느낄 정도가 되었습니다. 부동산에서부터 금융 서비스, 쇼핑, 여행, 먹거리, 영화와 드라마 시청, 심지어 개인 간 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중개 플랫폼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편리함과 접근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과제들도 제시합니다. 그렇지만 진화하는 플랫폼 속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전문직 서비스 분야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의사, 변호사, 세무사 등이 제공하는 전문 서비스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전문 서비스는 여타 서비스 영역에 비해 가격, 품질, 후기 등의 정보를 구하기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소비자는 음식을 배달시켜 먹듯 편리하고 간단하게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을 겁니다.. 이런 요구에 따라 지난 몇 년간 전문 서비스 분야별로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 났습니다. 첫 번째, 앱을 이용하여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닥’, ‘굿닥’ 등 병원을 소개하는 의료 정보 플랫폼이 이미 여럿 출시되어 활용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집에 어린아이가 있어 ‘똑닥’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의료 중에서도 미용에 집중한 플랫폼 ‘강남언니’, ‘바비톡’ 등은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가 기승일 때는 ‘닥터나우’가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일상생활에서 간단하고 편리하게 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두 번째, 이젠 법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플랫폼을 통해 이용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리걸테크(Legal-Tech)‘라는 것입니다. ‘리걸테크(Legal-Tech)‘는 법과 기술(테크)을 합친 신조어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법률 서비스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소비자가 이용가능한 서비스는 간편하게 변호사를 찾고 상담 비용을 알아보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로톡’과 ‘로앤굿’이 있습니다. 셋째, 복잡한 세금 신고를 간단하게 앱으로 하는 것입니다. ‘세무통’, ‘찾아줘 세무사’ 등 세무사를 찾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세무 업무를 직접 돕는 플랫폼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삼쩜삼’, ‘머니핀’ 등은 세금 및 환급 신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전문 서비스 플랫폼의 진출이 순조롭지만은 않다고 합니다. 요식업, 숙박업 등과 달리 전문직 업계에는 통일성 있고 힘 있는 직능단체, 이른바 ‘○○협회’가 존재하기 때문에 플랫폼의 확장에 있어 강력하게 반다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법조 서비스에는 대한변호사협회, 의료 서비스에는 대한의사협회, 세무 서비스에는 한국세무사회가 존재하는데, 그런 직능단체가 플랫폼의 역기능을 지적하며 플랫폼화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합니다. 직능단체는 전문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와는 결이 다르다고 말하고 있는데, 요점은 전문 서비스가 소비자의 건강과 재산에 미치는 영향이 막중하다는 것이어서, 플랫폼이 이익을 좇다 허위 광고 등 잘못을 저지르면 폐해가 더 크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를 생각하면 적어도 전문 서비스만큼은 민간 자본이 장악해선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겁니다. 직능단체는 말만 하지 않고 적극적인 행위에 나서고 있는데, 단체 소속 회원이 플랫폼에 가맹하지 않도록 징계·권고 등 여러 조치를 취하는 한편, 플랫폼을 현행 법규 위반으로 고발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협회 차원에서 자체 플랫폼을 만들어 민간 플랫폼에 대응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플랫폼 측은 오히려 플랫폼화가 소비자를 위한 길이라고 반박을 하며, 플랫폼은 소비자가 전문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얻는 창구가 될 수 있고, 소비자의 후기가 쌓이면 전문 서비스의 품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는 대체로 전문 서비스 플랫폼에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리서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전문 서비스 플랫폼을 이용해 본 응답자의 85%가 플랫폼이 도움이 된다고 답했으며, 플랫폼이 공익성을 해친다거나 부정확한 광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직능단체와 민간 플랫폼 양측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플랫폼의 확장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직능단체는 완고하고 플랫폼은 필사적이기 때문입니다. 당분간은 한쪽이 쉽게 물러나 백기를 들진 않을 듯합니다. 다만 ‘타다’ 사건 때처럼 플랫폼이 맥없이 밀리는 형국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은 플랫폼 측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지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로톡’이 대한변호사협회에 1승을 거뒀습니다. 내용은 변호사협회는 ‘로톡’의 확장을 막기 위해 ‘로톡’에 가맹한 변호사를 징계 처분해 왔는데, 2023년 9월 법무부가 변호사징계위원회를 열고 해당 처분을 취소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의 리걸테크 산업이 직능단체의 견제 없이 훌쩍 성장하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도 플랫폼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로, 대한변호사협회의 ‘로톡’ 고발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경찰과 검찰이 불송치·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일단락되기도 했습니다. 2023년 11월에는 한국세무사회의 ‘삼쩜삼’ 고발도 검찰의 불기소로 매듭지어져 민간 플랫폼의 확장을 두고 우호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위기에 국회에서도 전문 서비스 플랫폼을 제도화하려 하고 있으며. 국회 내 스타트업 연구지원 단체 ‘스마트팜’이 관련 여론조사를 하고 토론회를 여는 등 입법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미 변호사법 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입법부의 심의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전문적인 플랫폼의 수가 증가할수록 이득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간단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증가하는 플랫폼 속에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서비스 측면이 강화되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전문직 플랫폼이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지켜볼만하다는 생각입니다.